⟪逍遙遊(소요유) 展⟫|Wandering at ease

매년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목표를 가진 갤러리박영의 작가 공모 전시 ‘BAKYOUNG THE SHIFT'(이하 SHIFT)는 올해로 8기를 맞이했다. 갤러리박영은 2023년 첫 전시인 BAKYOUNG THE SHIFT 8기 1부 ⟪逍遙遊(소요유) 展⟫을 선보인다. 소요유란 장자의 책 첫 부분인 내편(內篇)의 첫 번째 나오는 편명인 만큼 장자 사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소요(逍遙)는 이리저리 편안하게 왔다 갔다 한다는 뜻으로 한곳에 고정돼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유(遊) 역시 편안하게 이곳저곳을 노닌다는 뜻이다. 갤러리박영은 김현호, 노정연, 박영숙, 이해나, 임민성, 장은우, 전주희, 최윤지 8명의 작가와 함께 대면, 유희, 조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맞추어 어지러운 도시의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정신적인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코로나 시대의 종식을 앞두고 만물이 생동하는 5월의 파주, 그리고 갤러리박영의 새로운 전시를 소요하며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현호 작가는 회화 자체에 대한 메타적 접근과 한국화 재료의 개념적 확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연에 대한 향수를 회화로 소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는 이를 위해 흑백의 아크릴 물감에 헤비바디 미디움을 섞어 마티에르를 낸 뒤 카본블랙 물감을 도포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의 동양화와는 다른 – 하지만 먹, 배접, 공기 원근법, 산수에서의 시간성 등 한국화의 개념이 확장, 변형된- 작업 방식을 구사한다. 이러한 화면은 형(形)과 신(神)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 속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미감을 전신(傳神)하고 있다. 관람자는 어두운 풍경화를 조우할 때 그림은 평면을 넘어서 신체를 가지고 존재하게 되며, 동시에 두려움을 일으킴과 동시에 태초의 시작, 그리고 생의 저편의 색인 검정의 내러티브를 통해 작가는 무지와 무력을 경험한 불확실한 시대에 숭고의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Link: Gallery Bakyoung